OUR NOTE / 쓰임과 놓임

Edit By Jihyun쓰임과 놓임
한 번도 입지 않았는데 누레진 원피스, 전남자친구에게 받은 내 취향 바로 반대편에 있는 인형, 몇 달째 한자리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한방 목캔디, 귀에 꽂으면 음악 소리보다 내 숨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보라색 이어폰. 내 방은 물건으로 빼곡하다. 그리고 쓰이는 물건이 아니라, ’놓여있다’에 가까운 물건이 훨씬 많다.

생활에서 쓰이는 물건들은, 옷까지 포함하면 삼십종 내외인 듯하다. 핸드폰, 지갑, 장갑, 애플 이어폰, 그루프, 국산 레깅스 시리즈들, 드라이기, 엄마방 드라이기 등이 있다. 놓여있게 된 저 물건들은 어쩌다 내방까지 왔을까? 가장 큰 계기는 충동이겠지 ^^; 어딜 가나 물건이 많고, 과연 사람이 많은지 사람이 만든 물건이 많은지는, 꽉찬 진열장이나 가게들을 볼 때면 드는 생각이다. 한 사람이 각자 물건을 백 개씩 가지고 있다고 치면, 어쨌든 물건이 더 많겠구나.

창고와 옷장에 쌓여있는 물건들을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 한심할 때도 있다. 그 물건들의 수는 곧 내가 충동과 싸워서 진 횟수다. 물건을 갖고 싶은 충동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 물건이 왜 갖고 싶었을까? 내가 산 물건의 새로운 의미를 알기 위해, 시간을 조금 더 두고 봐야겠다. 가령 물건을 산 날짜를 물건 바닥에 표시를 해놓는다거나, 달력에 “원피스 산 날”을 잘 기록해 놓는 것이다. 그리고 딱 1년 되는 날 그 물건에서 얻게된 감상, 위로, 경험과 같은 것들을 기록해보아야지. 그나저나 맨 첫 줄에 써놓은 저 ‘놓여있는’ 물건들은 반성-경각심만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