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근본적인 것은 그대로

소소문구는 2014년부터 1년에 한 명의 작가를 모셔,
‘소-작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부터 2020년까지 4명의 작가분들과 함께 했는데요.

소-작 프로젝트 이후, 작가분들이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최근 활동에 소-작 프로젝트가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야기 했습니다.

소작 돌아보기 : 이미나

 

"사실, 저도 제가 왜 이렇게 그렸는지 모르겠어요."
-2020.07.02. 수원 작업실에서 오랜만에 자신의 옛 그림을 본 이미나 작가의 말
Q. 소소문구와의 첫 만남, 기억나시나요?
A. 아마 3학년 판화 수업 때였죠? 선배였던 소소문구 실장님들과 판화 수업을 같이 들었어요. 저는 판화를 이전부터 해왔어서, 판화 과제하면서 제가 두 분을 도울 일이 꽤 있었어요. 그러면서 같이 어울렸고, 서로의 작업들을 보고 이야기해주는 시간도 종종 가졌어요.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저는 그림을 틈이 날 때 마다 그려요.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려서 드로잉북들과 서랍에 수북이 넣어둔 그림들을 보고 “이렇게 좋은 그림들이 여기에 쌓여 있는게 너무 아까워.” 라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언니들이 여름 방학에 무슨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고,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Q. 소작 프로젝트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A. 7년전 작업이라 기억이 희미하지만, 23살의 저는 왜인지 “이질적”인 것들에 꽂혀있었어요. 비를 별로 안좋아하는 선인장 같은 것들. 그에 맞는 소재들을 계속 그리고, 자료들도 보고 모으다 보니 자연스레 그 소재들을 표현하는데 능숙해지고 즐겨 그리게 된것 같아요. 소작 프로젝트 제안이 왔을 때, 연습했던 혹은 능숙해진 그 소재, 주제들을 사용하기로 한거죠. 그것들이 선인장과 비였어요. 선인장과 비의 관계를 통해 어떤 심오한 이야기를 하려던것은 아니었고요. 사실, 저도 제가 왜 이렇게 그렸는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이질적이고 서로 상극인 소재들을 그림 한장에 같이 두어, “어? 근데 선인장 원래 비 맞으면 안되잖아?” 이런 작은 재미를 주려던 것 같아요. '같이 있으면 안 되는 것들이 같이 있다'는 역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나봐요.

 

작가로서 존중 받으며 진행한 첫 프로젝트
Q. 소소문구와의 협업으로 기대한 바가 있었을까요?
A. '와- 납작한 도화지 위 내 그림이 만질 수 있는, 입체적인 물건이 된다니 신기하다.' 제안받았을 때 생각은 딱 이 정도 였어요. 워낙 어리기도 했구요. 내가 이걸로 유명해질거야! 뭐가 될거야! 이런 야망은 없었구요. 저뿐 아니라, 소소문구 실장님 두 분도 그때는 “우리가 함께 으쌰으쌰해서 뭘 만들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가 충족되던 때였어요. 다 만들어진 공책위에 내 그림을 그냥 찍기만 해서 만들지 않았다는 점도 너무 좋았어요. 작품을 제품으로 만들면서 세세하게 디테일을 챙겼던 게 떠오르네요. 노트를 만드는 데 쓰이는 원단, 질감, 스탬핑 호일, 이런 세부 재료들까지 그림과 어울리게 고르느라 많은 시간이 들었어요. 뭐 하나 허투로 정해지지 않았죠. 대학 졸업 후 작가로써 진행한 첫 협업이었는데, 제 그림이 존중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Q. 소작 프로젝트로 제품을 만들며 인상적이었던 과정은 무엇인가요?
A. 학교앞 출력소나, 집 프린터기 이런 디지털 출력기가 아니라 CMYK (인쇄에 쓰이는 네 가지 색상) 가 분리된 판이 들어가는 인쇄기계를 본거요. 커다란 인쇄기계가 왁자한 소리를 내며 종이를 뱉어냈는데, 까만색 조차도 제가 사용하던 프린터랑은 정말 달랐어요. 저와 소소문구가 고른 “그 색”을 인쇄소에서는 별색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새로웠죠. 학생때니까 그때는 그냥 분홍색, 파랑색 이렇게 부르고 말았지만, 인쇄 현장에선 “별색”으로 표현되고 있었어요. 소작 제품을 준비하던 2014년에는 인쇄와 관해 알려진 이론이 거의 없었어요. 지금은 많이 사용하는 리소 인쇄도 되게 생소했던 때거든요.

Q. 작가님에게 소작 프로젝트는 어떤 작업으로 남아 있나요?
A. 작가의 책임감 있게 참여할 수 있는 협업이었어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캑터스맨 스케줄러를 만들때, 디자인 소스로 사용하라고 패턴을 에이포 종이에 찍어갔거든요. 그냥 손이 가는대로요. 뭐 이중에 몇개 잘나온거 포토샵으로 잘라내고 쓰시겠지. 하구요. 그런데, 스케줄러 나온걸 보니, 제가 드린 종이 그대로 쓰셨더라구요. 손가는대로 찍은 그 패턴을요. 심지어 집에 굴러다니던 지우개로 만든 도장이었어요. 작가의 성향과 그림 스타일이 최대한 많이 제품에 묻어나게 한다는 점이, 소작 프로젝트는 다른 외주 작업이랑 달랐습니다.

Q. 소작 프로젝트가 작가님의 작업에 영향을 주었을까요?
A. 당시 저는 졸업을 앞두고 있었어요. 아직 학생이었고, 스펀지처럼 다양한 영감과 테크닉을 습득하는 데에 매진했어요. 이제 막 세상에 나왔으니까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말랑말랑한 시기였죠. 그래서 당시 소작 프로젝트에서 선보였던 주제나 화풍이 저에게 절대적이었던 건 아니었어요. 소작으로 그렸던 캑터스맨이나 춤 연작은 제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었어요. 저에게 소작이 어떤 영향을 주었다면, 마음껏 해볼 수 있었기에 새로운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Q. 작가님은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세요?
A. 물감이요. 화방에 가면 이리저리 들쑤셔요. 이 선반, 저 선반 살펴보다가 예쁜 색이 보이면 일단 바구니에 넣어요. 그 순간이 새로운 작업이 시작되는 순간이에요. 집에 오면 새로운 색을 우선 칠해요. 도화지에 뿌리고, 긋고 하다 보면 영감이 찾아와요. 거기에 적합한 색들을 또 찾고, 손 가는대로 획을 더하다 보면 어느새 끝나요. 그림에 어떤 거창한 의도를 넣는 건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재료가 담고 있는 어떤 가능성을 저만의 방식으로 풀고 싶어요. 얼마 전에는 세번째 그림책을 마무리 했는데요. 일을 마치고 나니, 마치 휴가가 주어진 것 같습니다. 이 휴가동안 안써본 재료, 안해본 작업을 하고 싶네요.

 

 


원초적 생명력을 그리고 싶어요
Q. 요즘 작가님이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A.오랫동안 제가 집중하고 있는 주제는 “원초적 생명력”이에요. 이건 혼자서 생각하던 추상적인 주제인데요, 어떻게 설명 드리는 게 좋을까요. 사람들은 바다나 산을 보며 편안해지니까 자연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자연은 그렇게 평화롭기만 하진 않죠. 말 그대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 세계이고, 종잡을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세계입니다. 이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제 작업으로 풀어내고 싶어요. 요즘은 동물이나 식물을 그리면서 이 주제를 표현하고 있어요. 사냥감을 응시하는 동물의 시선이나, 자유롭게 자라난 들꽃의 모습, 제 작업실에 사는 고양이 미미를 그립니다. 그리는 일은 개인의 관점을 담는 일이지만, 화폭에 표현되는 순간 사회적인 매체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림은 작가 본인뿐 아니라 보는 이에게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믿어요.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 그림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답다 고 말하는 것처럼 해석하기 전에 빠르게 마음에 읽히는 것처럼요.


Q. 요즘 가장 흥미로운 작가나 작품, 분야는 무엇인가요?
A. 유화 물감을 작업에 활용해보고 있어요. 원래는 아크릴 물감만 사용했거든요. 물을 섞어쓰는 아크릴만 쓰다가, 기름으로 농도를 조절하는 유화 물감을 쓰니까 표현 영역이 좀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유화 작품에도 관심이 생겨서 피카소 말기 작품까지 찾아보고 있어요. 거장들의 그림을 꾸준히 찾아 보는 것은 중요한 공부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도예공방에 갑니다. 고등학교 때 도예부였던 기억을 떠올리며, 취미로 재미 삼아 하고 있어요. 아크릴이나 유화로 그리는 동물들을 흙으로 빚어내는데요, 평면적인 그림이 입체적인 조형으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라 무척 새롭습니다. 그림 작업에도 많은 영감이 되구요.

Q. 10년 후에 작가님은 어떤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A. 음. 쉽게 흔들리지 않고 싶어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리는 방식이나 그리는 태도, 생각에는 변화가 있겠죠. 그렇지만 어릴 때나 지금이나 가장 근본적인 것은 그대로에요. 그림이 제가 가장 몰입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는 거. 이건 나이가 들어도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평가나 타인의 시선에 주눅들지 않고 저만의 작업을 조용히 이어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그립니다. 그리는 행동 자체에 집중하다 보면 생각이 사라지고 그린다는 상태만 남아요. 작업을 하며 손을 움직이는 일이 저에게는 일종의 명상이에요. 생각이 사라지고, 그림과 저만 남지요. 언젠가 대형 작업도 해 보고 싶네요. 그냥 그렇게 순수하게 다작을 하며 여러 시도도 하고, 실패도 하고, 언젠가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도 하면서 나이 들고 싶습니다.

 

"난생 처음 누군가를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2020.07.10. 상수동 카페에서 소소문구 디자이너 지현의 답변중에서
Q. 첫번째 소작 프로젝트, 어쩌다 시작하셨나요?
A. (지민) 전에는 노트만 만들었어요. 저희 이름이 소소노트가 아니라 소소문구인데, 상품군에 노트만 있는 것이 한계라고 느꼈어요. 저희가 다루는 지류 제품의 영역을 넓히고 싶었습니다. 노트가 아닌 다른 영역에는 그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저희가 그림 능력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평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를 소개해보자, 이런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잘 되면 또 하고, 안 되면 하지 말자, 이런 가볍고도 무모한 도전이었어요.

Q. 작가님 작품에서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셨을까요?
A. (지현) "휩쓸리지 않을 거야"하는 매력이요. 비유하자면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이랄까요. 이미나 작가가 사용하는 색이나 구도 같은 걸 보면 순수한 고집이 드러나 있죠.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좌우되기 보다는, 의식적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 같아요. 도드라지는 원색을 사용하거나 기괴한 자세로 춤 추는 사람을 그리는 게, 그 면모라고 생각해요. 일상적인 주제를 그리더라도 일상적이지 않은 틈새를 찾아 미지의 세계를 구축합니다. 그 세계를 엿보다 보면 어떤 열의 같은 게 생겨요. 그래서인지 이미나 작가 작품을 보고나면, 그림을 놓은지 오래인 저도 그리고 싶어지더구요.
이 그림들은 벽에 붙여두고 매일 매일 보고 싶다
Q. 작품을 제품으로 만드는 데에서 가장 어려워던 점은 무엇일까요?
A. (지현) 난생 처음 누군가를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가의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작품을 우리에게 맡겼으니까요. 작가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첫 협업이었기에 메뉴얼도 없고, 전례도 없으니 당연한 부담이었죠. 소소문구와 미나 작가, 모두가 학생 신분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의 무모함을 칭찬해주고 싶어요. 당시 미나 작가는 크고 작은 요청도 굉장히 빨리, 그리고 많이 그려서 제출(?)해줬어요. 새로운 작업도 같이 가지고 왔고요. 분명 '일'이었지만, 서로 더 잘해주고 싶은 사적인 마음이 컸어요. 미나 작가에게 참 고맙고, 미안했어요. 부끄럽지 않고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했습니다.

Q. 첫번째 소작 프로젝트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제품을 소개해주세요.
A. (지민) <더 디노 데이즈 캘린더>는 주인공 디노의 1년의 추억을 담은 벽걸이 달력입니다. 처음, 더 디노 데이즈에 들어가는 작업들을 보았을때, '이 그림들은 벽에 붙여두고 매일 매일 보고 싶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벽걸이 달력 제품군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원화를 확대 혹은 축소를 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이미나 작가가 작업했던 종이와 색감과 결이 비슷하며, 달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종이 선택에 집중했습니다.

Q. 그 당시 소비자에게 디자인을 통해 어떤 편리함을 전하고 싶었나요?
A. (지현) 캑터스맨 다이어리 같은 경우, 왼쪽면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넓은 격자로, 오른쪽면은 일주일 단위로 요일별 일정을 적을 수 있는 스케줄러로 구성했어요. 오른손잡이분들에게 특히, 다이어리의 거터 (제본되어 생긴 골짜기) 영역에 손이 닿으면 불편하지 않을까? (왜냐면 제가 그랬어요) 해서 스케줄 관리 페이지를 오른쪽에 얹혔어요. 손에 걸리적 거리는 부분이 없게요. 시중에 판매중인 80%이상의 다이어리 스케줄 관리 페이지는 왼쪽면에 있어요. 때문에 나름(?) 새로운 시도였어요. 저는 다이어리를 쓸 때 사용자의 높은 자유도를 선호해요, 그래서 더 캑터스맨 스케줄러는 날짜 칸도 따로 만들지 않고, 그리드로만 디자인했습니다.
얼굴 두꺼운 질문들을 입에 달고 다니던 때

 


Q. 작품을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이상과 현실 간 괴리를 느낀 적 있으세요?
A. (지민) 그 당시에는 수요와 시장조사 없이, 어떻게 하면 그림의 장점을 극대화 하면서,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수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 못했었던것 같습니다. 가장 뼈 아팠던 건 디노 데이즈 벽걸이 달력이었어요. 제조 단계에 공수가 많이 들다보니 출시시즌을 놓쳤어요. 소비자가 선호하는 달력의 형태나 가격을 고려하지 못 한 것도 문제였던 것 같아요. 쌓여있는 달력을 보면서초조해하던 끝에, 방문판매도 감행했습니다. 그 당시 소소문구 작업실이 있었던 마포구 일대의 어린이집과 미술학원들을 돌며 달력 영업을 다녔어요. 그치만 그래도 다 못 팔았어요. 소소문구의 첫번째 동료였던 이슬님의 아이디어로 그 달력을 분해해 메모지를 만들었습니다. '네모메모'가 바로 그 상품인데요,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정말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소비자의 마음을 알게되었던 경험입니다.

A. (지현) 미나 작가와 작업할 때가 제조 실수가 제일 많았어요. 인쇄는 컬러랑 흑백만 있는게 아니더라구요. 미나 작가가 원화에 사용한 발색이 매우 높은 분홍과 파랑색이 있었는데요. 그대로 제품에 옮기고 싶었어요. 별색 인쇄를 하면 그게 표현이 된다길래,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하면되겠지 싶었죠. 그래서 별색 인쇄를 위한 파일을 만드는 데에 그야말로, 난리 부르스였죠. 인쇄소에 들어가는 인쇄판을 만들어주는 "출력실”이 있어요. 그곳에서 저희에게 별색용 인쇄 파일을 달라고 하시는 데, "음, 그게 뭐죠?" "제가 이걸 한번도 안해봐서 그런데, (포토샵에서) 어디 들어가면 있죠?"하고, 얼굴 두꺼운 질문들을 입에 달고 다니던 때였습니다. 깨달은게 있다면, 이상에 가까워지기 위해선(혹은 그 이상에 닿기위해선), 필히 충족되어야 하는 절대적 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Q. 미나 작가님과의 소작을 마치고, 이어진 소작 프로젝트 방향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요?
A. (지현) 여러가지 측면이 있는데요. 제작면에서는 수량을 조절하는 것이요. 마음만 앞섰다는 표현은 조금 그렇지만, 우리가 그동안 참 숫자에 무지했구나 싶었어요. 옵션이 4개라면 그 안에서 인기도와 공정 난이도를 계산해서 제작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죠. 디자인 측면에서는 아직도 공부중이지만, 소비자들의 미감과 업계의 수준이 매우 올라가며, 종이 한장 짜리 엽서를 만들더라도 그 크기와 질감에 의미를 불어넣으려고 노력중이에요.

단순히 더 보기 좋게, 촉감이 좋게 이런이유 말고, 작품의 주제와 조금더 가까운 색, 크기, 질감, 제품군을 찾으려합니다. 마케팅 면에 있어서는 타겟을 가능한한 좁혀야 작가분들에게 의뢰를 할때 작가분들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구요. 유행은 인지는 하고 있되, 우리가 7년전에 심어놓은 소작 프로젝트의 가치에서 어긋나지 않으려 소소문구 식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래서 이런 값진 인터뷰도 하게 되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