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참새가 태어난 이유

참문덕이 태어났습니다. 그는 을지로에서 태어난 문구덕후(그래서 별명이 을지문덕!)이자 소소문구의 새로운 식구입니다. 동그란 이마와 눈, 둥근 몸매를 가진 참새 형상을 가진 캐릭터이지요.


문구 브랜드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경우는 아주 많습니다. 귀여운 캐릭터는 문구 경험을 즐겁고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주거든요. 광화문의 큰 문구점에서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매대 곳곳의 노트, 다이어리, 스티커 안에서 저마다의 귀여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소소문구도 그런 ‘귀여운 캐릭터'가 필요해서 만들었냐구요? 우리가 캐릭터를 만든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나름의 사연이 있거든요.


소소문구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쓰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면 요즘은 안 쓰는 사람이 훨씬 많지 않냐는 이야기를 꼭 듣는데요. 소소문구가 생각하는 쓰는 사람들은 조금 다양합니다. 진지하게 일기를 쓰는 사람부터 통화를 하며 메모지 위에 낙서를 하는 사람, 아이패드로 ‘다꾸'를 하는 사람,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보내기'를 애용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쓰는 사람'입니다. 정리하면 ‘어디에든 끄적임을 남기는 사람'이 되겠네요. ‘어? 그럼 혹시 나도 쓰는사람?’. 네, 맞습니다. 쓰는 사람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지요? 



 소소문구가 생각하는 '쓰는 사람'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를 만듭니다’ 라는 슬로건을 만든 뒤 지난 1년 반동안 소소문구가 열심히 해온 일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신도 쓰는 사람입니다."라고 하며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일이요. 소소문구가 어느 소기업이 아닌 하나의 생명력이 있는 존재로 느껴져야, 쓰는 ‘사람’에게 다가가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공감하기 쉽겠지요. 인격이 있는 대상으로 호소하기 위해 많은 일을 했지만 가장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얼굴'이었습니다. 


‘얼굴이 있어야 한다니…’ 소소문구 구성원들은 조금 머뭇거려집니다. 대부분 수줍음이 많고 내향적인 성향(...!)을 가졌기에, 소통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사람들과의 소통보다 문구를 열심히 만드는 데 집중했거든요. 하루종일 쓰는 사람만 생각하고 쓰는 사람과 더 친해지고 싶은데 부끄러움 탓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소소문구의 얼굴을 대신해줄 캐릭터를요. 우리를 쓰는 사람 앞으로 등 떠밀어줄(?) 든든한 친구, 참문덕! 그렇게 우리는 문덕이를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주, 많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덕이의 팔짱을 낀다면, 쓰는 사람들과 더 친밀해지고 끈끈한 유대감도 높아질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연으로 만들어진 문덕이가 태어나기까지의 여정 또한 길고 길었는데요. 이제부터는 문덕이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1. 그는 참새


시간은 2020년 5월,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소문구 회의 보드에 참새 그림 스케치가 여럿 붙어 있습니다. 실제 모습에 가까운 참새, 의인화된 참새, 단순화된 참새... 발그레한 볼과 주둥이에 연필을 물고 있는 참새도 보입니다. 당시엔 ‘참새답게 하자.’가 미션이었기에, 실제 참새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했어요. 작지만 제법 근엄한 표정의 친구들이더군요. 그러다보니 참새의 얼굴을 그대로 옮기게 되면, 이 친구 너무 근엄 + 진지해지겠다 싶었지요. 그래서 미션을 바꾸었습니다. ‘누구나 따라 그릴 수 있는 참새’로요. 그 때부터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참새의 얼굴이 아닌, 참새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작업하기 시작했지요.


 


가장 처음 공유했던 스케치







2. 이르지만 조심스레


그리하여 20년 12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디자인페스티벌 소소문구 부스에서 문덕이의 베타 버전(?)이 공개되었습니다. 당시엔 까만 머리와 까만 볼 터치, 앙다문 부리의 모습이었습니다. 세 갈래로 뻗은 날개로 열심히 손짓하며 다양한 동작으로 부스 안의 곳곳을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때마침 리뉴얼된 소소문구 구성원들의 명함에서도 빼꼼 모습을 보였어요. 쓰는 사람들에게 얼른 소개하고 싶어, 이르지만 조심스레 문덕이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2020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공개된 문덕이의 베타버전








3. 까맣고 하얀 문덕이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해가 바뀌니 하루라도 빨리 완성된 모습의 문덕이로 인사드리고 싶어, 베타버전과는 다른 그림체로 다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최종 미션인 ‘누구나 따라 그릴 수 참새’에 더 가까워지려고요. 회의를 통해 명확한 설계 의도도 정했습니다.


1. 기본 동작은 옆모습으로하여 날개 달린 새임을 전달할 것.

2. 얼굴 정면을 이용해 이마 라인과 눈매 그리고 볼이 특징적인 참새의 인상을 전달할 것.

3. 소소문구 로고를 캐릭터 신체 일부에 응용하여, 브랜드의 캐릭터임을 보여줄 것.

4. 기본형의 눈과 입은 특정한 표정이 없어, 앞으로 전개될 프로젝트와 이벤트에 응용될 여지를 남길 것.



 회의를 거듭하다





  "날개 모양이 송편 같아요"



 설계의도에 가까운 문덕이를 발견하다





그리고 마침내 ‘이게 바로 문덕이야.’ 라고 할 만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까만 반원 형태의 몸매에 동그란 눈을 가진 문덕이. 금방이라도 입을 떼어 말을 걸어올 것 같은 표정과, 소소문구의 로고와 같은 형태의 튼튼한 두 다리를 가지고요.







이렇게 태어난 문덕이는 지난 5월 오브젝트 성수점에서 열린 팝업 전시, <문구덕후 참문덕 - 이 참새가 문구를 애정하는 법> 첫 인사를 드렸습니다. 문덕이가 애정하는 문구가 가득한 곳에서 선보이게 되어 의미 있고 성공적인 데뷔였습니다.


 오브젝트 성수점에서 열린 <문구덕후 참문덕> 팝업 전시





‘문덕이가 자신만의 문구 철학으로 만든 문구’라는 컨셉으로 새로운 제품도 소개했습니다. “쓰고, 이루다", “쓰고, 기르다", “쓰고, 채우다” 등등 문구를 씀으로써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슬로건으로 만들고, 그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제품으로 투두리스트, 해빗트래커, 프리노트, 연필 등을 소개했습니다. 일정한 루틴을 가지고 매일을 관리하는 문덕이에게 꼭 필요한 문구 제품들로 채워진 레이블입니다.


최근에는 요기요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요기레터>와 만든 굿즈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문구와 쓰는 것만큼 먹는 것에도 진심인 문덕이가 푸드탐험가로 변신해, 탐험일지를 쓰는 도구를 제작했는데요. 씹고 뜯고 맛보는 탐험 여정을 기록하는 ‘푸드탐험 일지', 메뉴가 고민될 때 길을 알려줄 ‘푸드탐험지도’, 내가 바로 푸드탐험가!인 걸 증명해주는 ‘프로필카드’, ‘스티커팩’, ‘목공연필’, 이 모든 탐험 도구가 들어있는 ‘탐험가의 주머니’로 구성된 키트입니다.


이처럼 문덕이는 ‘쓰기를 좋아하는 문구덕후' 캐릭터로 무궁무진한 변신을 할 계획이에요. 참문덕이 앞으로 쓰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이야기를 나눌지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