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머무르는 곳, 모닝단 아지트 @덕수궁 옆 소정동



모닝단원에게 주어지는 모닝 탐험 키트

모닝단원에게 주어지는 모닝 탐험 키트 

(전편에 이어)



👉 서울모닝단 Ep.1. 보러가기 

그렇게 아침 쓰기 청년 단체, 모닝단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그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모닝단 아지트를 꾸리기로 합니다. 아침 쓰기로 나를 발견하는 방법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요. 온라인, 오프라인 두 개의 아지트를 만들기로 하지요. 오늘은 오프라인 아지트 이야기입니다.

모닝페이지가 왜 좋은지 알려면, 직접 써봐야 합니다. 쓰기 시작하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아침 쓰기로 어떻게 나를 발견할 수 있는지요. 하지만 시작이 어렵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물론이거니와, 일어나자마자 다른 것도 아니고 글을 쓰라니. 어마어마해보입니다. 아침에 간신히 지각을 면하는 게 현실인걸요.

그래서 ‘진짜 아침에 쓰기 어렵다면 아지트에 있는 시간을 아침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볼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 ‘아침이 아닌데, 어떻게 아침처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모닝단 오프라인 아지트를 만들어갔던 하나의 문장입니다. 아지트에 아침을 재현하기로 했습니다. 바쁜 일상으로 잃어버렸던 나의 아침 시간을, 아지트에서 되찾을 수 있도록요. 그래서 모닝단 아지트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은, 아침의 감각을 재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지트에는 ‘모닝 포인트 Morning Point’가 가득합니다. 언제나 아침이 머무르는 곳, 모닝단 아지트에 아침의 감각을 구현한 모닝 포인트 네 가지를 차근차근 소개해봅니다. 모닝 매니저 남생🐢님이 만난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요!





▎☀ 모닝 포인트 Morning Point 1. 가능한 혼자 체험하기


2명으로 제한한 입장 인원, 그리고 45분의 체험 시간. 새롭게 시도하는 전시 형태였습니다. 지금까지 소소문구가 기획해온 전시들과는 다른 형태의 전시였죠. 보통 전시라고 하면, 다수의 인원이 무언가를 ‘둘러 보는’ 형태로 진행되니까요. 소소문구의 많은 고민과 시간이 담긴 결과물이기에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눈물을 머금었지만요..). 자신도 모르던 생각들을 꺼내놓으려면, 의식의 흐름을 깨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물 흐르듯 생각이 흘러야 합니다. 


주위에 모르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글을 쓰려는데 사람들의 말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면 어땠을까요? 분명 몇 문장 쓸 때마다, 흐름이 뚝 끊겼을 거예요. 마음 속 저 깊은 곳의 말들이 나와야 하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오롯이 혼자일 수 있도록, 입장 인원을 최대 2명으로 제한했습니다. 덕분에 모닝단 아지트엔 쓰는 사람들의 생각이 끊김 없이 흘렀습니다. 새로운 발견을 향해서요.



🧑 “ 한 타임에 2명으로 제한한 것은 정말 실험이면서도, 참여자에게 최적의 시간과 공간을 누릴 수 있게 한 것 같아요.”

🧑🏼‍ “45분동안 시간동안 스스로를 카운슬링 해준 것 같은 체험이었습니다.”

👱🏻 "처음에는 ‘어떻게 3페이지나 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쓰다 보니까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글을 쓸 수 있었어요."



  ⓒUNS studio



▎ ☀ 모닝 포인트 Morning Point 2. 아침으로 입장하기 


시끄러운 도심의 소음, 종일 울리는 휴대폰 알림, 정신 없이 바쁜 업무. 주위가 온통 분주합니다. 하지만 이 공간만큼은 바쁜 일상과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전달해야 했습니다. 대비감을 주고자 했어요. 갑자기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가면, 잠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처럼요.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아침의 고요함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지요.

모닝페이지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이유는, ‘아침’이라는 시간에 있습니다. 인간은 하루에 약 6천번의 생각을 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셀 수 없이 많은 생각들 중에서, 온전히 나에게서 비롯한 생각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과 감정들이 뒤섞여, 무엇이 진짜 나의 생각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잠에서 깬 직후는 마치 백지와 같아요. 잠에서 깨자마자 써내려가는 글은, 두서 없어도 온전한 나의 생각들입니다. 그 시간만큼은 ‘나만’ 존재하는 시간이거든요.

전시장을 방문할 때엔, 대체로 일과를 마친 후입니다. 이미 머릿 속이 복잡하지요. 정신도 또렷하고요. ‘어떻게 하면 머릿속 스위치를 똑- 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른 차원의 시공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들어서다’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전시장의 문을 닫고, 입구에 작은 커튼을 달았습니다. 방문객분들이 직접 문을 열고 들어와, 커튼을 젖히며, 스스로 나만의 아침 속으로 들어가도록요.

 



🧑 “스스로에 대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 계속 떠올리며 썼어요. 그리고 체험으로 자존감이 충전되는구나 싶었어요. 나를 위해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서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한 경험 자체가 선물이 됐어요. 그래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처음 막상 쓰려니 어떤 걸 쓸지 멈칫 했는데 또 쓰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다 늘어 놓게 되는, 마치 조용한 버전의 코인 노래방 같았어요.”




모닝단 오프라인 아지트, 소정동 바로 앞의 서울 도심

직접 열고 들어오는 모닝단 아지트 출입문

커튼을 젖히면 시작되는 나만의 온전한 50분



▎☀ 모닝 포인트 Morning Point 3. 소리로 아침 상상하기

머릿 속으로 어떤 상황을 떠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소리입니다. 사람 많은 출퇴근길을 잠시 상상해볼까요?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속, 눈을 감고 이어폰을 꼽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우린 잠시동안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죠. 그 사실에 착안해 청각적인 요소를 활용했습니다. 대신 음악이 아닌 ‘생활 소리’로요.

혹시 이런 경험 없었나요? 적막한 도서관보다, 적당한 소음이 있는 카페에서 공부가 더 잘될 때요. 웅웅웅-원두를 가는 소리,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쉴새 없이 커피를 내리는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간혹 카페를 가기 힘들 땐, 유튜브에서 일부러 카페 소리를 찾아 듣곤 하지요. 소리만 들어도 마치 내가 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가긴 힘들지만, 이어폰만 꼽으면 순식간에 난 그 공간에 있어요.

소소문구도 쓰는 아침을 상상하며 소리를 직접 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쪼르륵, 물을 따르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적막한 공기 속 유독 크게 들리는 사각사각 연필 소리. 노트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몰입을 방해 받지 않고, 곧장 나만의 아침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요.
 

🧑 “새 소리, 어떤 음악 소리도 없이 고요하게 있었던 경험이 최근 들어 처음인 것 같아요. 기획과 공간이 너무 잘 맞아서 기획을 어떻게 하시게 된 것인지 비하인드도 궁금해요. 계속 있어도 좋을 공간과 기획이라는 생각이에요.”


🧑🏼‍ “이 곳 모닝단에서의 체험은 너무 만족스러워요. 공간의 온도도 살짝 차갑게 청명했고, 졸졸졸 물따르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등.. 이런 청각적인 장치가 흐트러지는 집중을 가다듬는 효과를 주었어요."






▎ ☀ 모닝 포인트 Morning Point 4. 나만의 책상에서 생각 마주하기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습니다. 바로 ‘쓰기’. 여러 방법을 동원해 아침의 감각을 재현한 이유는, 바로 이 ‘쓰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을 쓰는 것’을 직접 체험해보기. 모닝단 오프라인 아지트를 기획한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든데, 일어나자마자 글까지 쓰라니. 일상 속에서, 스스로의 힘만으로 시도하긴 여간 쉽지 않습니다. ‘해보면 좋은 걸 아는데...!! 좋은 걸 다 같이 알면 좋은데...!!’ 소소문구가 돕고자 한 이유입니다. 아침 쓰기. 어렵다고 시도조차 안해보기엔, 너무 좋은 쓰기였거든요. 

전시장에서도 실제 내 방 책상처럼 느낄 수 있도록, 아침 책상에 있을 법한 물건들을 비치했습니다. 습관처럼 내리는 커피 한 잔, 새벽 어스름을 밝히는 조명, 아침 시간이 흐르는 시계, 사각사각 연필과 아끼는 만년필, 그리고 나만의 모닝북까지. 실제로 자유롭게 쓰고 만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상은 언제든 나의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는 곳임을 느낄 수 있도록요.
  

🧑 “글을 쓴다 해도 보통은 저녁에 하루의 마무리로 몇 줄 쓰게 되는데, 그럼 그 내용은 과거의 것들을 담게 되더라구요, 헌데 아침에 쓰는 글은 현재나 미래를 향한 글이 되는 것 같아요.“

🧑🏼‍ “글을 쓰는 건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써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체험을 기회로 저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 수 있어서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좋았어요.”

🧑🏾‍ “가장 좋았던 건, 정제되지 않은 글쓰기를 제안하셨다는 점이에요. 직업 특성상 글을 쓰고 다듬는 작업을 하다보니 이렇게 검열하지 않고 써보는 일 자체가 거의 없는데, 저에겐 그래서 좋았던 글쓰기 체험으로 남네요."




언제나 아침 시간을 가리키던 모닝단 아지트의 시계 

- Ep.2 끝 -